영화사업 경영 노하우로…파산한 나폴리 구단 살려냈다

입력 2023-05-16 18:15   수정 2023-06-16 00:01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수인 김민재의 소속팀 SSC나폴리가 이달 초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확정한 뒤 구단주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회장의 경영 방식이 재조명받고 있다. 나폴리의 우승은 역대 세 번째이자 아르헨티나의 전설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89~1990시즌 이후 33년 만이다. 라우렌티스 회장은 파산한 구단을 인수해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앤젤리나 졸리와 주드 로가 출연한 영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와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 등을 기획한 제작자인 동시에 멀티플렉스 극장 기업 필마우로의 오너 경영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나폴리의 영화 제작자가 팀의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재현했다”고 평가했다.
리그 3위 팀의 ‘도박성 물갈이’ 대성공*
나폴리는 지난해 리그 3위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음에도 오프 시즌에 팀 스타플레이어를 대거 이적시켰다. 베테랑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를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보냈고, 나폴리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 로렌조 인시녜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인 드리스 메르텐스까지 떠나보냈다. 팬들은 분노했으나 라우렌티스 회장은 “선수들의 승리를 위한 의지가 고갈됐다”며 “틀렸을 수도 있지만 구단주로서 내가 결정한다”고 일축했다.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시즌을 시작한 나폴리는 15경기 무패 행진을 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돌풍의 중심엔 튀르키예 리그에서 1950만유로(약 283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쿨리발리의 대체자 김민재가 있었다. 조지아 출신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켈리아도 리그에서만 12골 12도움을 기록하며 대활약했다. 라우렌티스 회장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조지아인과 한국인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나폴리는 1990년 우승을 끝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우승을 이끈 마라도나가 이듬해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출전을 정지당하고, 당시 구단주가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며 2000년대 초반 세리에C(3부리그)까지 떨어졌다.

라우렌티스 회장이 나폴리를 인수해 써 내려간 성공 스토리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하던 그는 휴가차 방문한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3700만유로(약 538억원)에 구단을 인수했다. 그는 1999년에도 나폴리를 인수하려고 1억200만유로를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 5년 후 결국 3분의 1 가격에 계약서를 썼지만 ‘나폴리’란 이름뿐이었다. 라우렌티스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종이 조각 하나를 사려고 3700만유로를 냈다”며 “축구의 규칙을 몰랐을 정도였으나 영화와 스포츠를 합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폴리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세리에A로 승격시켰고, 2010년대엔 리그 상위팀으로 되돌려놨다.
영화 비즈니스 경영 방식 축구에 접목
아랍 왕족과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재벌)들이 돈가방을 들고 경쟁하는 유럽 축구 시장에서 영상 미디어 기업 오너 구단주가 이끄는 나폴리가 마침내 우승까지 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라우렌티스 회장은 무작정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뛰어난 스카우트 조직을 구성, 변방 리그의 저평가된 젊은 선수를 합리적 비용으로 영입한 뒤 육성해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0년간 이탈리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8억6000만유로를 선수 영입에 썼고, 빅클럽에 이적시켜 약 6억4800만유로를 벌어들였다. 다른 억만장자 구단주와 달리 자신이 직접 경영에 관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나폴리가 올해 우승을 이끈 김민재를 오프 시즌에 이적료 5200만파운드(약 872억원)에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보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불과 1년여 만에 세 배 넘는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라우렌티스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영화계에서 배운 것을 구단 경영에 적용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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